주말농장

2016.11.15 15:19 [ 후기 ]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올해 봄.

큰 형님이 심슨군에게 전화를 걸어서 '주말농장 계약하러 가는 중인데, 같이 할 것인지' 물었다.

'제발 아무것도 하지마!' 라고, 수화기 너머 큰 형님께는 안들릴 정도로 작게 말하였으나,

'원래 어린 아이들 있는 집은 주말농장 많이들 한다더라'며 심슨군은 흔쾌히 동의했다.


큰 조카가 찍어서 심슨군에게 카톡으로 보내준 사진.


아주버님이 우리 두 집의 구역에 손수 울타리를 치셨다. 각 집당 10평 정도 되는 땅을 일구어서 고랑도 만들고 이랑도 만들고 비닐도 씌웠다.

방울토마토 모종을 제일 많이 심었고, 딸기, 참외, 수박, 가지, 청양·꽈리·일반고추, 감자, 당근, 깻잎, 쑥갓 그리고 여러종류의 상추 씨앗들도 뿌렸다.

수확에 대한 욕심보다는 최대한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을 보여주려고 쪼끔씩 골고루 많이 심었고, 결과적으로 방울토마토는 정말로 흐뭇하게 많이 따먹었다. 그렇게 지난 봄~여름에는 주말마다 집에서 15km 떨어져있는 농장으로 향했었다.


어느새 무성하게 자란 식물들.


삼시세끼에서처럼 텃밭에서 갓 따낸 채소들로 밥을 해먹는것처럼, 아파트의 베란다텃밭에라도 상추나 고추 방울토마토등을 심고, 그때그때 먹을만큼만 따먹는 그런 판타지를 나 역시 갖고 있었다.


그래서 주말농장을 시작하고 밭에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었을때 베란다 화분에도 4그루를 심었다.

밭에 심은 방울토마토는 작은 키에 엄청난 굵기의 나무에서 방울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렸었다.

반면 집에선 1그루당 10~15개 쯤 따먹었을까?



4월25일) 이랬던 방울토마토가 나중에는 180cm 가까이 컸다.


창문을 열지 않을땐 바람이 안통해서 수정에 한계가 있고, 일조량도 부족하고, 충분히 뿌리내릴 수 없는 얕고 좁은 화분 등등의 원인이 있었겠지만,

아침저녁으로 물을 줘야한다는 잘못된 인터넷정보로 키웠더니, 병신처럼 위로만 쭉쭉 뻗어나가서 가늘고 긴 토마토나무에서는 토마토가 얼마 열리지를 못했고 그나마도 버거워 했다.

다이소에서 식물지지대를 샀으나 장신의 토마토는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세탁소 옷걸이를 일자로 펴서 식물지지대에 묶어 연장해서 지지해줬다.

한번 실패했으니, 다음엔 이보단 나을것 같다.


6월11일) 탐스럽게 열린 수박.


종종 어머니 바람쐐드릴겸 농장에 모시고 가는 날에는, 밭에서 일하다가 7~8식구 다 같이 모여 맛있게 점심을 먹었고, 고기도 구워서 갓 따낸 채소에 싸 먹기도 했고,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채소에 물도 뿌려주고, 풀도 뽑아주고, 농작물을 수확하고, 이러한 모든 일들을 나만 빼고 재미있어했다.


농장에 다녀오면 엉망이 된 신발들을 빨고, 밤 늦게라도 아이들 목욕을 시켜야되고, 엄청난 양의 상추들을 일일이 씻느라 허리가 끊어지고, 수확물들을 정리해서 치우고, 기한내에 먹으려고 고민하고, 결국 상해서 버리면 기분 별로고..

주말에라도 좀 쉬고 싶은 나에게, 귀찮은 일거리를 한아름 선물해주는 주말농장이 고마웠다.

그래서 내년엔 주말농장 절대 하지 말자고 말했다.


탐스럽던 그 수박, 실물비교하니 요만한 크기.


심슨군 역시 제때 관리안하면 풀이 무성하고, 농사라는게 얼마나 덥고 귀찮고 힘든 일인지 직접 겪어봤기에, 내년에는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시들해진것은 형님네도 비슷해 보였다.
농장주인이 '왜 이렇게 안오느냐, 뭐라도 안 심을거냐'며 형님한테 자꾸 전화해서 성가시다고 했다.

얼마 후 밭에다 배추라도 심자는 말이 나왔으나,
한참을 방치해서 풀이 무성한 쑥대밭이 되었을 그 밭에 심슨군은 가지 않으려고 했고, 결국 아주버님이 추석 지나고 하루 날 잡아서 밭을 대대적으로 손보시고, 큰형님은 거기에 배추를 심으셨다고 했다. 너무 늦게 심어서 김장용으로 쓸수 없지만 그냥 심으셨다고 했다. 시금치도 심으셨다던가..
그만큼 우린 농장에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

총 2개 수확해서 1개는 형님 드리고, 나머지 1개를 맛 보았다.


뭐 그럭저럭 주말농장이 재미있는 경험이긴 했다.

아이들은 밭에서 직접 키운 참외와 수박을 맛 보았고, 드라이브도 하고, 바람도 쐬었다.


이것도 실물크기 비교하면 수박 지름이 고작 어른 손 한 뼘.


수박 단독샷에서는 탐스러운척 하던게 6월 11일 찍은 사진이고, 수박을 먹은게 7월 18일이었다.

수박은 거름과 비료를 충분히 주지 않으면, 마트에서 파는 수박 크기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자그마한 수박이 익긴 익었을까 궁금했는데, 크기에 비해서 속은 빨갛게 익어서 먹을만 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입이 떡 벌어지는 베란다텃밭들을 보면 정말로 너무나 부럽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는 커다란 네모화분에 자그마한 베란다텃밭이라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내년 봄에 한번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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