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계경제

나의 거치형 저축보험

한평생 무자식으로 살다 죽으려던 나의 굳은 심지가, 손주를 바라는 시어머니의 더 쎈 심지에 꺾여, 결국 늦은 나이에 아이들을 낳고 보니, 이 아이들 다 커서 대학가고 결혼할 때 되면 내 나이가 헉..,


그러한 심정을 듬뿍 담아, 최대한 나중에 쓸 요량으로 아이들 몫의 돈을 차곡차곡 모은 결과 2017년 11월 현재, 연서(6세)에게 2천만원, 현진이(9세)에게 3천만원의 자산이 쌓였다. 그런데 그 중 3천만원은 내 명의의 거치형 저축보험에 묶여있다.


2012년 봄, 현진이의 임신·출산 축하금, 백일·돌 수입과 기타등등으로 1,700만원 넘는 돈이 모아졌고, 그 돈을 굴릴 방법을 찾다보니, 어차피 나중에 쓸 거라서 '연복리+10년이상유지 비과세'의 저축보험이 괜찮아 보였다. 그래서 저축보험들을 비교 분석하며 공부하다보니 보험 광고문구인 '연복리+비과세혜택'에는 함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은행의 저축(은행에서 판매하는 저축보험이 아닌)은 이율과 금액과 기간만 알면 연복리+비과세이자의 계산 결과치는 누구나 다 동일하다.


하지만 보험의 저축은 단순한 광고문구대로 '연복리+10년비과세+최저보증△△%'라는 동일한 조건일지라도 각각의 보험별로 이자의 계산 결과치는 동일하지가 않다.


각 보험사별로, 같은 보험사도 각 보험상품별로, 계약체결·계약관리·유지관리 등등의 사업비와 위험보험료의 요율이 제각각 다르고, 그렇게 계산된 사업비를 납입보험료에서 차감후의 금액으로, 공시이율 내지는 최저보증이율로 계산하기 때문에, 저축보험 가입전에는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거치형(일시납) 저축보험은 비교적 덜하지만, 적립형(월납) 저축보험들 중에는 비싼 사업비 뗀 후의 원금가지고 연복리+10년비과세로 굴려 봐야, 만기 해약금이 은행 이자보다 못한 경우들이 있다.


몇년전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는 변액연금?변액보험?변액연금저축? 등등이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되는 것 같다.

본 보험료보다 사업비가 훨씬 적은 추가납입 보험료를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기본보험료로만 변액연금을 납입하는 경우, 더욱이 펀드변경은 할줄도 모르고, 신경쓰기도 귀찮은 게으른 사람들의 변액연금 수익률은 안쓰러울 지경이다.

안타깝게도 그 안쓰러운 사례에는 나도 당당히 포함되어 있다. 가입한지 7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원금회복이 안된 변액보험에, 이제라도 공격적인 추가납입을 해서 수익률을 올려볼까 고민도 하였으나, 손 쓰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걸로 결론냈다.


아무튼, 그 당시에 몇몇 보험사의 저축보험을 비교해본 후 동양생명내 2개의 저축보험으로 압축되었고, 기본보험료 1천만원+추가납입 700만원 조건으로 A, B보험의 가입설계서를 받고 고민했다.


A보험 : 최장 10년만기+최저보증이율 4%

B보험 : 최장 60세만기+최저10년이내3%,이후2%

2012년 봄, 그 당시 공시이율은 5.2%이었다.



기본보험료 1천만원을 거치했을 경우 당시의 공시이율 5.2%가정, 10년 경과 해지시 환급이자는 A보험과 B보험 560~570만원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최저보증 이율로 가정시, A보험(4%)의 환급이자는 최하400만원, B보험(3%)은 최하258만원으로 무려 142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아이 몫의 돈이라 아이가 20살 되기전에는 쓸 계획이 없는 돈이기에, 나는 최대한 오래오래 거치하면서 비과세+연복리로 증식하고 싶었다.

남편은 최저보증4%인 A보험이 낫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A보험은 최장 거치기간이 10년이라 불만이었고, B보험은 최저보증이율이 3%라 불안해서 둘 중 하나를 선뜻 고르기 어려웠다.


보험가입 결정이 자꾸만 지연된 이유를 알게 된 보험상담원은, 본인의 10년 넘는 보험업무 경력상 공시이율이 4%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는 말로 확신에 찬 조언을 해주었고, 그 확신이 나한테까지 물들어 최저보증이율4% 안심인 A보험 대신에 거치기간 만족인 B보험을 최종 선택하였뜨하!


초저금리 시대인 지금에 비췄을땐 매우 탁월한 선택이 될 뻔 했었는데, 하필 너무 멀리 내다 본 나의 안목이 내 발목을 잡는 바람에 쏘쏘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 몹시 배가 아프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중간점검을 한번 해보았다.


보험가입후 3년째부터 가끔씩 보험사에 로그인해서 책임준비금이나 해약환급금등을 간편조회해서 이자수익을 체크해왔고, 연도별 이자 증가분을 아이들 자산가계부상 (예정이자)소분류에 반영했다.



그런데 최근에 에너지가 남아 돌고 재테크에 관심이 불타올라, 내가 직접 엑셀로 계산해 보았다.

보험사에 문의해서 가입이후 현재까지의 공시이율 자료를 확인하는 방법도 알아내, 실제 공시이율을 적용하고 사업비 차감도 모두 반영해서 간편조회의 결과치와 근접한 계산 결과치를 이끌어 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실제 가입한 B보험과 내가 아깝게 놓친 A보험을 비교 확인해 보고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다시한번 더 자책하고 배 아파했다.



위의 표와 같이, 단순하게 '1천만원+연복리3%+10년비과세'를 은행식으로 계산하면 10년후 이자수익은 총3,439,164원이 되지만, 실제 내가 가입한 B보험에 적용하면 연복리3%+비과세 이자수익은 총2,580,000원으로 859,164원 더 적다.


그럼에도 저축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은행에 비과세상품이 없거나 자격조건이 까다롭고, 15.4%의 이자과세율이 언젠가는 인상될 우려도 있지만, 보험상품에는 추가납입이라는게 있어서 그것을 잘 활용하면 수익률이 향상되고, 금리의 내리막길에서는 최저보증이율 이라는 안전장치가 있고, 금리의 오르막길에서는 공시이율이 있기 때문에 비과세 저축보험을 잘 골라서 가입하면 꽤 유용하다.


어쨌든 가입후 5년 8개월이 경과한 현재의 기준에서, 원금 3천만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392만원의 이자가 쌓인 상태이고, 10년차에 중도해지할 경우 이자수익은 최하 844만원이 된다. B보험의 이번달 공시이율은 2.38%이고, 가입10년이내 최저보증이율 3%의 혜택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내가 만약 A보험을 가입해 최저보증 4% 적용받았다면, 현재 시점에 B보험의 392만원보다 70만원 더 많은 463만원의 이자가 쌓였을테고, 10년차 만기해지때는 B보험의 844만원보다 258만원 더 많은 1,102만원의 이자소득이 생길 뻔 했었다.


처음부터 3천만원을 거치한것도 아니고, 여유자금이 생길때마다 추가납입하여 총 3천만원을 만들었고, 그 추가납입 일정에 맞춰 A보험의 이자소득과 동일한 1,102만원을 얻으려면, 은행식 복리에 해당하는 예금풍차돌리기로 10년동안 예금금리 4.31%를 계속 유지해야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내나이 만60세까지 장~~기간 거치할 수 있는 B보험을 선택해서 최소 844만원의 이자소득을 확보한 상태이다. 이것도 같은 조건을 역으로 계산하면 예금금리 3.41%로 10년간 예금풍차돌리기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자소득이다.


A보험의 가치(4.31%) 보다는 적긴 하지만 B보험의 가치(3.41%)도 2017년 올해의 저축은행들 예금금리 2.4~2.5%, 시중은행 1.7~2.0%와 비교하면 B보험도 충분히 훌륭하다. 훌륭한데 배 아프다.



어쨌든, 보험가입후 금리가 뚝뚝 떨어졌고, 최저보증이율 4%와 3%의 차이는 어마어마해서, 가입 10년후의 환급금이 258만원이나 차이가 나버렸다.

짧고 굵은 A보험은 10년 거치후 강퇴되더라도 환급금 4,100만원으로 또다시 10년짜리 저축보험에 재가입을 하거나, 시중은행보다는 이율이 높은 저축은행에서 예금풍차를 돌리거나 한다면, 결과적으로 20년 후에는 최종적으로 A보험 이자가 B보험 이자보다 더 높을 확률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변수라면, 오늘자 뉴스발표와 같이 계속해서 내리기만 했던 한은 기준금리를 2011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인상했다고 하니, 앞으로 계속해서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가 차차로 오르고, 보험의 공시이율도 3% 넘기는 시기가 빨리 온다면, A보험과 B보험의 이자차액 258만원은 조금 더 좁혀질 수 있다.


또한 미래의 언젠가는 이자과세율이 현행의 15.4% 보다 훨씬 높아진다거나, 은행 금리가 제로에 가깝다거나해서, 먼 훗날 내가 가입한 B보험이 최종 승자가 되어, A보험보다 나은 선택일 수 있을지 모른다. 미래는 새옹지마이니까.


이렇게라도 정신 승리 하는 이유는, A보험을 놓친게 아무리 생각해도 배 아프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재 판매되는 저축보험들의 최저보증 이율 조건은 더 열악해졌기 때문에 B보험도 만족스럽긴 하다.

다만, 2012년도에 1,700만원을 모두 다 기본보험료로 가입했더라면, 추가납입 포함 총 5,100만원을 거치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