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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게 불리하다.

심슨군이 주사가 있다거나 폭력적인 성격, 그런건 전혀 아니지만, 목소리가 크고 말빨이 세다.

오히려 내가 좀 욱하는 성질에다 '아닌건 아니다' 라는 똥고집과, 기본적으로 퉁명스런 말투라서 

일상적인 대화를 할때나 사소한 의견 대립에서 서로간에 큰소리로 거칠게(?) 주장하는 때가 있다.


예전에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신대로 '그게 니들하고 무슨 상관인데!' 의 주제로 언성을 높인다.

TV 뉴스 내용 때문에, 정치인 누가 어쩌고, 야구선수 누가 저쩌고, 신호등 체계가 어떻고 등등.. 

막상 우리와 별 상관은 없지만, 아주 사소한 의견 충돌이 슬슬 무르익으면서, 점차 목소리가 커지고, '내 생각이 맞네 틀리네 다르네' 언쟁을 한다.


그것이 어린 현진이가 보기에는 엄마 아빠가 싸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예전에 엄마 아빠가 자주 싸웠다." 라는 말을 들었을때 조금 황당했지만, 누가 들으면 서로 싸우는 듯한 우리의 대화스타일이 잘못했다. 잘못했어.

시댁이 어떻고 친정이 어떻고, 애들 교육 문제, 돈 문제, 그런걸로 싸움이 시작되고,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고, 서로간에 인신공격을 한다거나, 상처주는 말들을 서슴없이 한다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고, 욕설이 오고가고, 치고박고 싸우는 등등등.
그런 종류의 부부싸움을 한 기억은 없다.

그 대신에 나는 매우 불리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보통의 부부싸움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따다다다다다~~' 잔소리를 퍼붓고, 과거의 잘못까지 하나하나 끄집어 내어서 꼬투리 잡는,
그러한 상황이 나한테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막힘없이 '따다다다~' 할 정도의 말빨이 내게 없거니와, 과거의 일은 '기억이 잘 안 나서' 이다.
'안 좋았다.'는 느낌만 어렴풋이 남고, 구체적인 정황은 기억이 안나서 과거지사는 소환이 어렵다.
심슨군의 말대로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어서 나는 매사에 기억력이 형편 없다. 

"언제 그랬어!" 반박하면, "아희씨.. 그게 그러니까, 이러저러해서 그랬었나? 암튼 그랬었었는데!!" 이런 후즐근한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대략적은 느낌은 기억 나도, 구체적인 상황 설명이나 증거를 댈 수 없어서 말싸움에서 늘 불리하다.
그렇다고 내가 뒤끝이 없는 성격은 아니다.
'뒤끝이 구만리'인 연서 성격이 나를 닮아서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기록하고,
가능하면 스캔이나 캡쳐해 파일로 저장해둔다.

그렇게 나한테 불리한 점을 극복하려다, 기록강박증과 저장강박증에 걸리고 말았다.

위 사진은 포스팅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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