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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일 축하 편지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배워서인지, 4~5세가 되면 본인의 이름 정도는 그림 그리 듯 쓸 수 있다.


올해 2월 말, 연서가 열매반(4세)에서 하늘반(5~6세)으로 바뀔 때, 이제껏 돌봐주신 열매반 선생님께 감사의 선물을 준비하면서, 연서가 직접 글씨 쓴 손편지를 함께 포장하기로 마음 먹었다.


 선생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어쩌고의 내용에, 날짜와 이름을 A4용지에 큼지막한 글씨로 쓰고, 연서가 그대로 따라서 쓰게 시켰다.

그리고 그 날, 내 몸에서는 사리 138g이 나왔다.


집에선 처음 써보는 한글, 틀리고 또 틀리고, 잘 쓰다가 중간에 틀려서 실패, 잘 쓰다가 막판에 틀려서 실패, 그렇게 실패해서 버린 따블에이 A4용지만 수십장. 시간은 어느덧 1시간이 지나가고, 연서의 손 목과 집중력의 한계, 내 인내심의 한계로.., 

결국, 앞부분에 잘 쓴 글씨와, 뒷부분 날짜와 이름 잘 쓴 글씨 두 파트를 오려 붙여서 편지 완성.


그러한 사연이 담긴 편지라고 간단히 메모를 덧붙였고, 담임선생님은 너무 기쁘고 감동스럽다며

연서의 편지를 냉장고에 붙여놓으셨다고 했다.


'천재는 악필'이라는데, 혹시 나도 천재가 아닐까? 의심마저 들게 한, 나의 악필체 만큼은 썼다.

내가 쓴 건지 연서가 쓴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인증사진을 남겨뒀어야 하는데 그땐 미처 생각 못했다.


이 후 친구 생일때마다 축하 편지는 계속되었다.

친구 이름과, '생일축하해' 라는 말과, 본인 이름, 날짜에 해당되는 숫자 등. 기본적인 몇 글자씩 한글 쓰기를 연습해왔다.



그렇게 연서랑 현진이는 5살때 부터, 직접 쓴 생일 축하 편지를 선물과 함께 포장해서 보냈다.

물론, 내가 쓴 글씨를 보고, 따라서 그리는 편지다.

잘 그리면 1번, 실수하면 3~4번 만에 완성된다.


그것은 내 방식의 한글공부 워밍업 이었고,

친구 생일에 대한 축하의 성의 표시였다.


그리고, 현진이는 6살의 봄(53개월)부터 구몬학습과 기적의 한글학습 책으로 한글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생일이 빠른 연서는 5살의 가을인 지금이 딱 53개월이라서, 지금부터 본격적인 한글 공부를 시작해야 될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53개월때의 현진이보다 7cm가 작은 연서는 마냥 애기 같아서 공부라는걸 한다는게 웃기기만 하다.


그맘때 현진이는 이렇게까지 땅꼬마가 아니어서인지, 한글 공부를 시작한다는게 그다지 낯설지 않았는데, 지금의 연서한테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 같게만 느껴진다.


연서가 현진이보다 단지 신체의 발육만 느린건지, 지능 발달도 더딘건지 일단 확인은 해봐야겠다.

기회 균등의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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