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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다쳐도 하필, 또 하필 대학병원 응급실

어린이집 카페에 2016년 9월 21일에 올라온, 

숲 체험 활동 중인 연서. 


확대하면, 인중의 왼쪽 옆에 흉터가 눈에 띈다.



적당히 먼 거리에서 찍은 사진들이 주로 카페에 올라와서, 사진 상으론 별로 표 나지 않았는데, 

하루에도 수십 번 직접 보는 흉터임에도 불구하고,

클로즈업된 사진 속에서, 아는 사람은 유독 잘 보이는 흉터가, 새삼스럽게 놀랍고 마음이 아프다.


2살 때 다쳐 20여 바늘 꿰맨 인중 부위의 수술흉터자국은 3년이 지난 지금도 볼 때마다 뼈아프다.

실제 흉터는 사진보다 실물이 더 선명하다. 

평상시에 얼핏 봐서는 흉터가 잘 안보이고, 웃거나 말할 때도 피부가 팽창된 상태에선 덜 표시난다.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정면으로 얼굴 맞대면 금방 눈에 띄고, 가끔씩 얼굴이 빨개지거나 노래지거나해서 얼굴색이 바뀔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흉터색이 더욱 짙어지면서 뚜렷하게 보이기도 한다.


너무 어려서부터 제 모습이 그런걸로 알고 있어서인지, 흉터를 눈 코 입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얼굴의 흉터가 미관상 매우 안좋다는것을 스스로도 느끼는 날이 머지않아 올 텐데,

당장 초등학교만 입학해도 짓궂은 아이들의 표적이 되어서 놀림 받고 상처 받을 것을 생각하면...,

게다가, 외모에 한창 민감할 사춘기가 되면, 흉터로 인한 외모 콤플렉스를 어떻게 견뎌낼런지, 

지금처럼 밝은 성격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런지, 행여 대인기피라도 생길까, 이것저것 걱정이 많다.


2013.07.24. 어린이집 쌤의 사진. 흉터 없는 상태의 마지막 사진


2013년 7월 29일 월요일. 여름휴가 첫날. 
영화도 보고, 현진이 불소도포도 하고, 저녁에는 맛있는 고깃집에서 가족모임이 있었다.
한창 식사가 무르익을 무렵에, 연서(당시, 15개월)가 아빠의 소주잔을 가지고 도망치다 넘어졌고,

손에 쥐고 있던 소주잔이 깨지면서 유리 조각이 연서의 인중부위에 깊게 박히는 사고가 있었다.


식당안 놀이방에서 놀던 현진이를 데려와, 옆에 앉혀 고기를 잘라주며 먹이고 있던 나의 등 뒤에서,

연서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려 뒤돌아 보았을 때, 바닥에는 피가 뚝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심슨군은 재빨리 물수건인지 손수건인지로 연서의 상처를 막아 지혈을 시키고, 

우리는 허겁지겁 택시를 잡아타고 인근 성모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된 연서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와, 연서를 안고 있던 심슨군의 티셔츠가 피로 흠뻑 젖었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의사에게 연서의 상처를 보여주기 위해서 지혈 중이던 수건을 떼었을 때, 처음 보는 너무 끔찍한 광경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연서의 코밑에서부터 입술 선까지 크게 찢어져 벌어졌고, 마치 살점이 움푹 패어 나가떨어진 것처럼 보인 상처에, 나는 너무 놀라 울부짖었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며 심슨군은 내게 소리쳤다.


성모병원 응급실에서는, 여자 아이고 얼굴 부위이고 하니, 성형외과 의사가 상주해있는 충*병원 응급실로 가는게 좋겠다고해서, 우리는 다시 또 택시를 잡아타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사고연락을 받고 큰형님 내외도 병원으로 오셨다.

 

수술을 위한 몇 가지 검사와 다른 여러 응급환자들 사이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두세 시간 동안에, 

내내 울던 연서는 기운이 빠졌는지, 통증이 어느정도 가라앉았는지, 서서히 울음을 멈추었는데도, 

나는 계속해서 울기만 했고, '제발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어리석은 생각만 되풀이 했다.

그런데, 연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보고 웃어주었고, 그 모습을 보면서 큰형님은 '엄마 울지말라고 연서가 달래준다.'고 말했다.

두 돌도 안된 어린 연서가, 일부러 나와 눈을 맞추고 웃어보이던 그때 그 모습을 잊을 수 가 없다. 그땐 그게 왜 그렇게 가슴 먹먹하고 슬펐던지.. 


전신마취로 수술대 위에 눕힌 연서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눈도 뜬 채 ㄷ자 형태로 팔다리가 들린 상태에서 일시정지 된거 마냥 굳어 버렸다.

심슨군은 나를 수술실에서 강제로 내보냈고, 얼마 후 본인도 눈뜨고 지켜보기 힘들다며 나왔고,

혹시 몰라 아이를 붙잡고 있어야 된대서, 아주버님만 남아서 꼼꼼하게 꿰매달라며 참견하셨다.

 

수술을 마친 의사는, 조금만 더 깊었으면 입 안쪽까지 찢어졌을 텐데, 정말로 큰일 날 뻔했다며, 

봉합한 상처가 아물고 나서, 레이져 치료 두어 번 더 하고 그러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그 말에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뒤늦게 병원으로 오신 엄마 아빠께도 의사의 말을 전하며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뭐어? 레이져 두어 번 더 하면 괜찮아져?

그때 응급실 의사가 말했던 '괜찮아진다.'는 것은, 

먹고 말하고 일상 생활하는데는 하등 지장이 없다는 의미로 괜찮다는 것일 뿐,

외관상 보기 싫은 흉터는 괜찮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입술 윤곽의 라인 부분이 끊어져서, 입술라인도 맞지 않고 살짝 어긋난 상태이다.

흉터는 크면서 점점 옅어질 거라던 주변 사람들의 위로와 달리, 흉터는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다.


당시에는 의사의 말을 믿고 안심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결과가 이렇다보니,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수술했으니, 그 의사의 실력은 믿을만한 근거가 없었던 것이다.


2013.09.06. 어린이집쌤이 보낸 사진, 붓기가 빠진 수술흉터, 그렇다! 쏘주잔의 아치다.


2013.09.27. 시카케어 젤 시트 그 위에 종이반창고를 붙이고 생활


2014.04.03. 시카케어+종이반창고 생활 1년여


2014.07.30. 야외나이들때는 간편한 듀오덤 이라도 붙이고


2015.10.26. 수술 후 2년이 지난 상태의 사진


2016.07.23. 수술 후 3년 가까이 된 최근 사진


2016.06.05. 화질은 별로지만, 입술선이 어긋난 상태가 잘 보임


2013.07.29. ㅊ*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수술하고, 

이후에는 외래로 대학병원 성형외과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레이져치료를 총 5번 실시했다.

의사의 지시대로 수술 후 1년여 동안은 흉터부위에 시카케어 젤 시트를 붙이고, 그 위에 종이 반창고로 고정하며 생활하였다.


하지만, 연서의 흉터는 시카케어로는 온전히 흉터를 커버할 수 있는 모양이 아니었고, 그 위에 종이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인 상태에서, 아침 저녁으로 더러워진 얼굴을 씻기느라, 시카케어를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니, 더욱 효과가 없었던 것 같다. 뒤늦게, 바르는 흉터치료제 스펙트라 젤 연고도 사서 틈틈이 발라주었지만 역시 효과 없었다.


2014.03.21. 마지막 레이져 치료때, 의사는 이제 더 이상의 치료는 없다고 말했다. 

한번생긴 흉터는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말로, 포기하고 받아들이라고 했다.


그 얘기를 전해들은 어떤 사람이(딸이 여러 번의 언청이 수술을 받은) 말하기를, '그 의사의 케파가 거기까지 인 거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희망을 얻고, 2014년 여름 휴가 때, 

대전의 유명한 피부과+성형외과 병원을 찾아갔다.

추가적인 치료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치료적기가 언제인지, 상담받기 위해서 갔지만 별로 희망적인 얘기를 듣지 못했다.


그래서 또 다른 성형외과를 찾아갔다.

거기에서는 입술라인이 어긋난 점을 지적하며, 성형수술을 해서 입술 라인을 맞춰주는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병원은 어린 아이를 전신마취 할 수 없기 때문에, 10대 중후반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본인의 기준에는 연서의 수술흉터가 조금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환자의 수술전후 사진과, 연서의 흉터사진을 비교해서 보여주면서 조금 이상하다는 것이다. 

내가 켈로이드 체질인데, 연서도 혹시 그것 때문은 아니냐고 물었는데, 답변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간에 상처를 제대로 꿰매지 못해서, 수술흉터가 보기 안 좋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말했다.

그런데다가, 입술 주변은 먹고 말하고 웃는 등,

계속해서 크고 작은 움직임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흉터도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다.

시카케어 시트나 스펙트라 연고도 이제 더 이상 효과 없을 거라는 그 전 의사말이 맞냐고 물으니, 본인도 같은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어쨌든, 아직 어린나이에는 치료가 어렵다고 하니, 나중에 기회 되면 서울경기쪽의 유명한 수술흉터 전문 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게 할 생각이다.

그런데 한두 번으로 끝날 치료가 아니기에, 한창 공부해야 될 시기에, 대전에서 서울경기까지 왔다 갔다 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래도, 피부나 미용성형 쪽은 현대인의 관심사이고, 계속적으로 연구발전이 이뤄지는 분야이니, 언젠가는 연서의 수술흉터도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치료가 가능해지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다만, 그런 날이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혹시나 싶어서 검색해보니,

 

출처 : 네이버뉴스(무조건 대형병원?) 


눈에 띄는 뉴스 내용이, 이제와서 완전 후회된다.

빨리 꿰매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잘 꿰매는게 중요하다던 뉴스 내용과 수술흉터가 조금 이상하다는 상담 의사의 말이 닿아있었다.
성모병원 응급실에서는 성형외과 의사가 상주해있는 충*병원 응급실을 권유해서 갔던건데, 제대로 성형외과 의사한테 봉합수술을 받았던것인지부터, 응급실의 그 의사 수술경력까지 모두 의심스럽다. 심지어 레이저치료 두어번 받으면 된다던 말까지.. 곱씹어보니, 제길!이네..


예전에 가까운 지인이 내게 묻기를, 

연서 다쳤을 때랑 현진이 다쳤을 때, 각각 업소로부터 치료비를 받았느냐고 물었다.
현진이는 어떻게 놀다 다쳤는지 궁금해서 CCTV라도 확인하러 트램폴린 놀이터에 가보고 싶었지만,,
그렇지만 놀이터에서 놀다 다칠 수도 있는데 그걸 어떻게 업소한테 책임을 묻느냐고 반문했다.
연서의 경우에도 어린 애기 데리고 고깃집에서 술 먹은 어른들의 부주의 때문에 난 사고인데, 어떻게 식당에 치료비를 요구 하냐고 반문했다.


관리소홀 책임으로 업소 측에 클레임을 걸고, 관할 구청에도 민원을 넣으면, 업소 측에서는 골치 아파지기 때문에 치료비를 보상해준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1층과 2층에 야외까지 홀이 여러 개 있는 꽤 규모가 큰 식당이었고, 2층에는 놀이방도 따로 있었는데, 실내용 미끄럼틀 하나가 2층 홀 안의 손님들 테이블 사이에 자리 차지하고 있던 것은 문제라면 문제였다.
연서가 어떤 식으로 넘어졌는진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테이블 뒷쪽과 미끄럼틀의 사이공간에서 넘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경황도 없었고, 클레임 같은건 생각지도 못했다. 그저,
너무 맛있는 고깃집이라 종종 갔었지만, 이후에는 아픈 기억 때문에 절대 갈 수 없다는 게 다였다.

어쨌든, 그날의 그 일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 후에도, 덜렁거리고 까불까불한 연서는 넘어져서 부딪치거나, 여기저기에서 쿵 떨어지거나, 크게 다칠 뻔 하거나, 그런 일들이 종종 발생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경기를 일으키며, 또 다쳤을까봐 심장이 벌렁거리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곤 했었다.
그런걸 보면, 어려서부터 얌전했던 현진이와 달리, 너무나 극성스럽고 산만했던 연서는 언제가 됐든 간에 크게 한번 다치고도 남을 성향이었다.

나중에 연서가 사춘기 되면 부모원망 많이 할꺼라는 나의 자책에, 지가 극성맞아서 다친 건데
누굴 원망 하냐고 심슨군이 말했다.
그 말에 나는 또 발끈했었지만...

왜 하필 그 날 그 식당에 갔었던 건지,

왜 하필 그 식당에선 미끄럼틀을 놀이방에 안두고 손님 테이블 사이에다 두었는지,

왜 하필 우린 미끄럼틀 가까운 자릴 잡았던 건지,

왜 하필 방 바닥은 조금 울퉁불퉁 했었던 건지,

왜 하필 소주잔이 그렇게 쉽게 깨졌던 건지,

왜 하필 연서는 극성맞은 성격인 건지, 

왜 또 하필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수술 받은 건지


물론, 1차적인 책임은 어린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부모인 우리에게 있는 것이지만,

뼈아픈 후회는 원망과 책임회피를 낳기 마련이다.


어쨌든 간에,,

부산스러운 연서는 차치하고, 얌전한 현진이도 다리에 금이 가고, 입술은 다쳐서 기형이고, 세살 땐가 회전문에 살짝 찝혔다던 손등의 작은 흉터도 같이 성장중이었다.

주변의 지인들을 봐도, 아이가 다 클 때까지 흉터 없이 키우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워 보였다.

심지어, 연서보다 더 심하게 다친 아이들도 있어서, 연서는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질 지경이다.


다치는 것에 노이로제 걸린 부모의 성향이 반영된 탓인지, 한때는 ADHD까지도 미리 걱정했던 연서는, 다섯 살이 된 지금은 아주 많이 차분해졌다.

이제 겨우 다섯 살 된 연서와 여덟 살 된 현진이.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의 다칠 기회들이 앞 다투어 대기중이겠지만,
제발 몸에도 마음에도 너무 큰 상처가 남지 않을 정도로만 다쳤으면 좋겠다.

하느님. 이왕 다칠 거면 제발 잘 다치게 해주세효~




2016.11.24.덧붙임

흉터 관련 검색으로 이글에 유입된 분들이 종종 계시는데, 

그분들이 꼭 정명희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luck4924 ) 를 방문하셔서 정보들을 확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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