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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바둑을 끊었다.

바둑을 잘 두는것은 아니지만, 바둑동아리에서 배운 실력으로 취미삼아 둘 정도는 되었다.
그래서 가끔 아버지와 바둑을 두기도 했는데, 아버지의 약올림에 광분하던 때도 있었다.
아버지는 고스톱도 그렇고 바둑도 그렇고 장난반 약올림반의 말씀들을 자주 하신다.
그러면 나는 아버지의 페이스에 말려서 쉽게 약올라하고 흥분해서, 결국 지고나면 다시는 아버지랑 바둑 두지 않겠다는 무른 결심을 하곤 했었다.

바둑을 전혀 두지 않은지가 10년 가까이 되었는데, 다시 바둑을 두기 시작한것은 한달도 채 되지 않는다.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 태교에 심혈을 기울일 생각까지는 없지만, 적당한 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것은 하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엔 수학 정석 책이라도 하나 구해서 공부해볼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래도 수학 문제를 풀면서 머리를 회전시키면 애한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한게임 바둑을 설치하고는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머리를 쓰는 게임이니만큼 아이한테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10여년만에 다시 둬보는 바둑은 처음 둬보는 것마냥 너무나 신선했고, 하수의 말도 안되는 꼼수에 걸려들기 일쑤였다. 약이 오른 나는 예전의 감을 되살리기 위해서 한게임바둑 강좌도 이리저리 찾아보고, 집에 있던 바둑책도 살펴보고, 틈날때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바둑 게임을 하면서 차츰 바둑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결과 눈만 감으면 바둑판이 나타나서는 끊고, 단수치면 뻗고, 대마 잡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바둑에 빠진것 자체로는 크게 문제될게 없었지만, 바둑 게임을 하면서 지고 나면-특히 꼼수에 당해서 지고 나면-약오르고 분해서 기분이 무척이나 상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바둑을 두다보면 승부욕이 과해지고, 게임에 졌을때는 분노와 짜증이 뻗친다. 즉, 내게 있어 바둑은 태교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둑을 끊었다.

아무래도 수학 정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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