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과 권리찾기

2017.09.14 14:52 [ 가계경제 ]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결혼 준비로 남자 측에서 살 집을 준비하고, 여자 측에서 혼수를 준비한다.는 것이 따지고 보면 불합리하다는 것을 예전에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은 전세금과 혼수의 비용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아이를 낳으면 남자의 성을 물려주는 것, 명절이나 집안의 대소사가 시댁 위주로 돌아가는 것, 그러한 것들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과 같은 범주로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결혼과 동시에 주말부부가 되었다.

직장이 경기도인 남편은 서울에 사는 둘째 형 집에서 출퇴근을 했었고, 근거지가 대전인 나는 시어머니 혼자 사시는 시댁에 들어가 살았기에, 우리는 살 집 마련과 혼수 준비의 과정을 생략했었다.


결혼 전에도 내가 더 많이 결제하던 습관이 결혼 이후에도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버는 돈은 가계 생활비로 쓰고, 남편이 버는 돈은 가계 저축을 하는 걸로 암묵적인 룰이 형성됐었다.


그런데 무자식으로 버티다가 뒤늦게 애를 둘이나 낳았고, 2013년도 분가 이후 가계 지출도 많이 늘었고, 아이들 커가면서 양육비도 늘어서 점차 나에게 한계가 왔다. 대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어디서 줄줄 새길래, 이렇게 매달 생활비가 쪼들리는지, 답답해서 머릿속이 터질 지경이 되었다. 


돈의 흐름을 파악하려면 가계부를 써야겠는데, 예전에 써봤던 네이버 가계부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차 수리를 기다리는 동안에 휴대폰으로 가계부 검색하다가 리채 가계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이 2016년 1월 30일의 일이다.


그날 이후로 나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머릿속이 복잡했던 것이 많이 정리가 되었고,

경제권을 완전히 분리해서 목돈이 생겼으며,

잃었던 자존감을 많이 회복하였고,

맞벌이로서 내 권리를 찾게 되었다.

그래서 2017년 6월부터 토~일요일 식사 준비 및 설거지는 남편의 의무가 되었다.

그러기까지의 과정은 너무도 험난했다.


험난한 여정의 시작, 2016년 2월.

먼저 2015년도 1년치의 지출을 엑셀로 정리했다. USB에 설치한 리채가계부에서 '엑셀 가져오기'로 일괄 입력하고 이리저리 프로그램을 훑어보았다.
사용이 쉽고, 분류 관리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계정을 여러개 관리할 수 있고, 이것저것 내 편의대로 마음껏 운용할 수 있어서 꽤 마음에 들었다.

'도네이션 웨어'라는 것이 한 끼의 점심값으로도 된다길래, 그 당시 개발자에게 3만원을 입금하고 감사의 메일도 보냈는데, 이 정도의 가치가 있는 줄 알았다면 그때 10만원을 보냈어야 했다.

그 후 틈틈이 입력하다가 2016년 겨울 몰입했다.


2009년, 어머니의 손주 성화에 못 이겨 현진이를 임신했을 때, 애 낳고 키우는데 얼마가 드는지 궁금해서, 임신출산 준비비용을 엑셀로 기록했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네이버 가계부를 2년 넘게 사용했는데, 은근히 쓰기 불편하고 내 입맛에 맞지 않아 데이터를 백업하고 계정을 초기화 시켰다.

2012년 6월부터 카드실적에 따른 포인트가 쌓이는 신한NANO카드를 사용했고, 전월실적과 포인트 관리하려 카드사용내역을 엑셀로 기록해왔다.


그래서 2009년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카드 사용 내역이 존재해서 사용처와 금액 등을 확인할 수 있었고, 최근에 가까워질수록 기록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어서, 어디에 어떤 용도로 얼마가 사용된 것인지 지출의 용도 분류가 명확했다.


하지만, 카드 사용처만 봐서는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고, 사용처는 쇼핑몰인데 무엇들을 왜 산 것인지 몰라서 분류를 할 수 없는 것들도 많았다.


그래서 2009년~2016년의 카드 지출 중 분류가 명확한 것들만 먼저 정리해서 리채에 입력했고,

지난 14년간 명절이나 기념일등 뻔히 예측되는 양가 부모님의 용돈과 경조사비와 곗돈, 자동이체 된 공과금들, 분가전까지 매달 어머니께 드렸던 생활비 등등의 현금 지출을 모두 입력한 결과, 올해 초 우리집 가계부 지출의 윤곽이 대략 나왔다. 그래서 1월 22일, 현재 우리집의 자산 현황에 대해서 남편에게 물었고, 실망스러운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


처음부터 우린 서로의 월급을 알려 하지도, 간섭하지도 않았다. 각자 관리하되, '내 월급은 가계 생활비, 남편의 월급은 가계 저축'을 기본으로 삼았다.

물론, 남편도 본인의 생활비와 용돈은 스스로 충당했고, 출퇴근 교통비와 아이들 기념일에 통장에 입금해주는 돈은 남편이 직접 부담했었다.

그 외의 집안의 경조사비와 생활비, 의류·피복비, 외식비, 여가활동비, 임신·출산 비용, 양육비, 교육비 등등 우리집 가계생활비는 나혼자 부담해왔다.


2002년 12월 결혼 후 2013년 10월 분가시까지, 10년 넘는 기간 동안에 남편에게 생활비로 단 한 푼도 받은 적 없이, 내 수입으로만 감당해왔다.


분가할 때 아파트 전세금을 남편이 치렀고, 분가비용 중 일부(이사비 잔금+소파 잔금)로 230만원을 부담했고, 2015년도 중국 청도 여행비 250여만원을 남편이 부담했다. 결혼한지 만13년이 된 2015년 12월 부터 남편도 생활비 지출의 일부분(주로 외식비와 여가비)을 조금씩 부담하게 되었다. 나에게 한계가 왔기 때문에 결제를 남편에게 등 떠밀었다.


결혼 이후 여태 나 혼자 책임졌던 가계 생활비에 준하는 금액의 재산이 존재할 거라 막연히 기대했지만, 2017년 1월 22일 남편에게 직접 확인한 우리 집 재산의 현주소는 나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월급을 전부 나한테 넘기고 용돈을 받아서 쓰던가, 아니면 내가 부담하는 1년 생활비를 싹 다 가져가고 내 월급으로 가계 저축하겠다. 라고 제안하였지만, 둘 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율 끝에 올해 2월부터 남편은 본인의 월급에서 매달 200만원(KTX 정기승차권 40여만원 포함)을 내게 입금키로 했고, 이율이 낮아 그냥 통장에 방치 중이라던 4천만원도 당장 나한테 넘기라 해 받아냈다.

그리고, 나는 밀린 가계부의 퍼즐들을 계속해서 하나하나 맞추는 것에 몇 달의 시간이 걸렸고, 나름의 결산 보고서를 만드는 것에도 몇 주가 걸렸다.

내가 중점을 둔 것은 지출의 명확한 분류였다.

이 지출이 나 개인을 위한 지출인지, 남편을 위한 지출인지, 우리집 가계를 위한 지출인지, 정확히 분류해야만 내 보고서가 객관성을 얻을 수 있다.

과거 14년의 가계부 복원은 처절한 고통이었다.


지난 14년간의 각종 이메일 청구서들을 확인 캡처했다. 웬만큼의 과거 청구서들이 존재했지만, 그중 일부는 이메일 청구서를 분실했고, 일부는 이메일 청구서가 아예 없었고, 일부는 메일 계정이 삭제돼 확인이 불가했고, 카드가 해지되어 확인할 수 없기도 했다.
LG(신한)카드는 4~5개를 제외한 모든 청구서가 메일함에 존재했고, 삼성카드 청구서 메일은 2013년 5월 이전분 부터는 보안프로그램의 설치불가로 명세서 확인이 불가능해서, 삼성카드사와 원격 상담까지 해도 안되자, 2000년~2013년의 삼성카드 사용내역 전체를 엑셀 파일로 보내 주었다. 그 외 BC카드라든가 KB카드는 최근 5년인가 3년 이내의 사용내역 외에는 절대불가 라고해서 못 받았다.
어쨌든,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명세서를 최대한 활용해서, 과거의 기억들을 짜내고 추적하여 가계 지출들을 하나하나 입력하였다. 
하지만 사용처가 인터넷 쇼핑몰인 경우는 무엇을 왜 샀는지 알 수 없어서 내가 이용했던 사이트의 구매내역도 싹 다 뒤져야만 했다.
2012년도부터 사용한 11번가는 전 기간의 구매내역을 조회할 수 있었지만, 그전부터 사용했던 인터파크와 G마켓은 최근 2~3년만 구매내역을 조회할 수 있었고, 옥션과 GS샵은 최근 5년, 그 외 나머지 CJ몰, 신세계몰, H몰, 한샘몰, 락앤락몰, 티몬 쿠팡등등의 인터넷 쇼핑몰들은 저마다 최근 2~3년간의 구매내역만 조회 가능했다.
그래서, 사이트에서 자체 조회가 불가능한 기간의 구매내역을 체크하기 위해서, 각 쇼핑몰에서 발송한 결제,구매,발송 등등의 안내 메일들을 확인하려고, 내 모든 계정의 메일함들을 샅샅이 뒤졌다. 또한 언젠가는 정리할 생각에 버리지 않았던 영수증 쓰레기들, 특히 마트의 장바구니 내역들도 세세히 입력해서 분류를 명확히 했다.
컴퓨터를 구석구석 뒤지다보니, 결혼 직후 이듬해인 2003년 1월부터 9월까지 한동안 모네타 가계부를 썼던지, 그 당시 9개월간의 세세한 지출내역이 캡처이미지로 남아 있어서 그것도 입력했다. 아이들 통장도 모두 체크해서 애들한테 입금한 것도 지출로 입력했다.

그럼에도, 부족한 자료들은 너무나 많았다.
지난 14년간의 통장 내역을 모두 뒤졌지만 월급과 공과금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누구한테 왜 이체했는지 모르는 내역들 투성이었고, 현금 지출은 기록이 없으니 가계부에 반영할 수조차 없었다.
2003년 10월~2008년 9월까지 5년간의 지출도 일부 현존하는 카드 명세서에 의존했기에 많은 지출이 누락되었지만, 아이가 없던 시절 가계 지출이 그다지 크지 않았음을 위안 삼고 가계부를 마무리 지었다. 그 이후에라도 카드 지출 내역을 어느정도 관리한 덕분에 과거 14년간의 가계부를 복원할 수 있었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게.., 지출 근거가 있는 자료들만 입력하여 14년간의 가계부를 2017년 5월에 최종 완성했다.
지출건수는 총12,071건, A4용지 260P에 달했다.

항목코드, 즉 대분류 소분류 설정이 특히 어려웠다. 지출의 분류가 애매한 경우나 겹치는 경우가 생겨서, 분류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했고, 분류를 세세히 나눴지만 간략화가 필요해 거듭 고쳤다.
몇 주간 매일 새벽까지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2003/1/1 ~ 2016/12/31 - 총168개월에 대한 우리 집 가계부의 총 결산보고서(약 60쪽 분량)를  2017년 5월 31일 남편에게 내밀었고, 가계부 정산금 청구서도 함께 내밀었다.
남편 입장에선 느닷없이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처음에는 남편의 반발이 심했지만, 
나 역시 물러설 생각이 단 1%도 없었다.
내가 만든 보고서는 결코 허술하지 않았으며,
내가 청구한 금액은 부풀림 없이 타당한 액수였다.


어차피, 니돈 내돈 가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가계부 정산이므로, 지출은 크게 3가지로 분류했다.


(1) 나를 위한 지출

(2) 남편을 위한 지출

(3) 가족을 위한 지출


(1) 내 보험료, 내 변액연금, 내 통근비와 관련된 주유비와 차량유지비, 통신비, 의류피복비, 머리손질, 화장품, 여성용품등을 포함해서, 나를 위해 지출된 모든 비용과 내 친정과 관련된 모든 비용, 내 부모님 용돈과 경조사비 선물잡비 및 곗돈 등등,

즉, 전적으로 내가 부담하는 게 마땅한 지출.


(2) 남편의 보험료, 의류 신발 가방 안경등의 피복비, 남성용품, 한동안 대납했던 남편과 시어머니의 통신비 등을 포함해서, 남편을 위해 지출된 모든 비용과 시댁과 관련된 모든 비용, 시어머니 용돈과 제사·차례비용, 경조사비 선물잡비 곗돈 등등,

전적으로 남편이 부담하는 게 마땅한 지출.


(3) 위의 (1)과 (2)에 해당되지 않는 모든 비용,

주거생활비로 분류한-분가 전 매달 어머니께 드렸던 생활비, 非출퇴근 몫의 주유비와 차량유지비, 외식비 및 식비, 가구 가전 및 생활필수품, 소모잡화품, 의료비, 여가생활비, 아이들의 임신 출산 양육 및 교육비, 아이들에게 저축한 돈 등등,

둘이 함께 공동으로 부담하는 게 마땅한 지출.


거기에 덧붙여,


(4) 남편이 가족을 위해 지출한 비용.

남편은 2013년도 분가비용중 230만원과 2015년도 중국여행비 250만원을 부담했고, 2015년 12월 이후에야 비로소 남편도 생활비 지출을 부담하였으며, 외식비와 여가비 등등 남편이 결제할 때마다 내가 따로 기록하여 관리했다. 아이들 통장에 입금해준 저축액도 모두 확인 후 반영했고, 그 외 1년여간 생활비 지출에서 내 기록이 누락됐을지 모를 비용과, 결혼 이후 알게 모르게 사용했을지 모를 공동 생활비로 넉넉히 300만원을 추가 반영하여 남편이 지출했던 공동 생활비를 정리했다.

이것도 공동으로 부담하는 게 마땅한 지출.



그리고, 수입은 크게 2가지로 분류했다.


(5) 내 수입 : 내 노력으로 내가 번 돈

(6) 공동 수입 : 내 노력과 무관하게 들어온 돈


내 수입은 따질 필요 없지만, 공동수입은 남편도 ½ 권리가 있기에, 공동수입 역시 샅샅이 뒤졌다.

육아용품 등 중고로 처분 판매 9건 약71만원,

아이들 치료비실손, 통원비, 자동차 에코마일리지 등등 각종 보험들의 보상금 17건 약232만원,

대전시 출산장려금30만원, 선물 받은 상품권들, 어머니께서 주신 산후조리원비등 14건 448만원.

연서 낳을 때, 시어머니께서 산후조리원 비용으로 쓰라며 내게 150만원을 주셨고, 그것은 연서 몫으로 주신게 아니라 여겨 공동수입으로 잡았다. 물론 입금자명 할머니.로 연서 통장에 전액 입금해주었지만, 연서 저축으로 잡아서 지출 처리하면, 공동수입=공동지출 되므로 쌤쌤. 그런데 150만원을 공동수입으로 잡아놓고는, 연서 저축 150만원은 지출 누락되었음을 이 글을 쓰다가 발견함. 아희씨..

 

(1)의 지출은 전적으로 내가 부담하고, 

(2)의 지출은 전적으로 남편이 부담하고, 

(3)의 지출은 반반씩 공동부담하는 것이 공평하고,

(4)의 지출은 나도 반을 부담하는 것이 공평하고,

(6)의 수입은 반반씩 나눠 갖는 것이 공평하다.


(2) + (3)½ (4)½ - (6)½ + 인정이자 = XXX

남편이 나에게 XXX를 지급해야만 한다.

여기에서, 인정이자란..

지난 14년간의 가계 지출 중 남편이 부담해야 마땅할 지출까지 모두 내가 부담했기에, 나한테 발생하지 않은 이자를 인정이자로 계산했다.

남편이 전적+공동 부담해야 됐던 금액들과, 그 금액들이 발생한 연도와 월을 구분해 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 금액들을 저축했었다면,

2016년 12월 31일 기준, 내가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인정이자(이율3%, 일반과세)를 계산하였다.

(지금이야 2% 미만이지만, 3~4% 그 이상이던 시기가 더 길었다.)

물론, 남편지출비용(4)중 내가 부담했어야 할 몫도 똑같은 방법을 적용 후 산출해서 차감하였고,

공동수입(6)의 ½도 같은 방법으로, 수입발생 연월부터 누적된 기간의 이자를 산출해 차감하였고,

2013년 9월부터 전세금으로 묶인 돈의 ½도 이율3%, 누적기간 40개월 적용 산출해 차감하였다.

그렇게 차감할 건 모두 다 차감 상쇄하고도, 결과적으로 약1,200만원의 인정이자가 발생되었다.


XXX - 아파트 전세금의 ½ - 4천만원 = YYY
남편이 나에게 지급해야 될 XXX 금액에서, 아파트 전세금의 ½을 대체 지급 한걸로 차감하였고, 지난 1월 24일 내게 입금한 4천만원도 차감하였다.

어차피 나도 결혼과 동시에 시댁에 들어가 사느라, 특별한 혼수 마련은 필요가 없었고, 이후 살면서 차차로 가전들을 교체했고, 분가 때 살림살이들을 대량 구매했지만, 그것들은 14년간의 가계부 지출에 모두 포함됐고, 공동 부담하자는 판국이므로, 나 또한 아파트 전세금을 반반 부담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모두 대체, 차감, 정리하고 난 후의 YYY 를 남편이 나에게 추가적으로 지급해야 된다는 요지의 청구서와 그 근거 자료로 14년간의 가계부 총결산 보고서 책자와 엑셀자료, 리채 가계부DB 등등을 2017년 5월 31일 남편에게 제출하였다.

2016년 말 기준 남편의 자산 현황과, 가계부 정산 완료 후 나와 남편의 자산 비교표까지 만들었다.


충격을 받은 남편은 크게 반발했지만, 나 역시 지금 당장에 나한테 YYY를 지급하라고 소리쳤다.

신협 예금도 당장 깨고, 다른 것도 더 깨서, 정확히 YYY를 당장에 나한테 갚으라고 소리쳤다.

다 주면, 자기한테 무엇이 남느냐고 반박하기에,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나중에 어머니한테 유산 물려받으면 메꾸던지 알아서 해라 소리쳤다.


이제껏 우리는 서로의 수입을 잘 알지 못했다.

이번에 가계부 결산 보고서를 만들면서,

내 연봉과 지난 14년간의 총 수입을 공개했고,

남편의 국민연금 가입내역서 4장('10, '12, '15, '16)으로 14년간 총 수입(세후 실수령액) 추정치도 산출해서 보고서에 수록했었다.


나는 지난 14년간 이만큼 벌어서, 우리 집 생활비로 이만큼을 썼고, 지금 나한테 남은 건 변액연금 1,800만원 뿐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집 재산은 나 혼자 감당했던 생활비에도 훨씬 못 미치니까, 차라리 경제권을 완전히 분리해서, 앞으로도 각자 수입 관리하고, 지출도 각자+공동 부담하자. 

그 대신 이제껏 내가 쓴 생활비는 정산해 달라!

내가 얼마나 방대한 자료들을 꼼꼼하게 다 체크했는지,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계산했는지, 결산보고서를 부분 부분 짚어가며 설명하였고, 관련 자료들을 모두 넘겼으니 확인 검토해보고, 잘못된 부분이나 인정 못할 부분 있으면 이의 제기하라...


2017년 5월 31일, 그렇게 폭풍우 휘몰아쳤다.


이튿날 남편에게 국세청 사이트에서 2003~2016 소득 금액 증명서랑 최근 몇 년간 원천징수영수증을 발급해오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날 저녁 서류를 내게 주었고 그걸로 남편의 총 수입을 보정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합의에 돌입했다.


내가 출퇴근하느라 지출된 통근비(주유비+차량유지비)는 내가 부담해야 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자동차는 우리 가족이 일상생활과 여가활동에 사용되므로 통근비와 공동생활비로 분리했다.

주유비는 출퇴근용 주유비(내 통근비)와 非출퇴근용 주유비(공동생활비)로 나누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출퇴근 왕복거리, 시내주행 연비, 월평균 근무일수, 한국석유공사에서 공시한 연도별 주유소 가격자료를 모두 참고하여 산출하였다.

차량유지비(포르테 구입비 포함)는 3등분 해서, ⅓은 내 통근비로 내가 부담하고, 나머지 ⅔는 공동생활비로 각자 ⅓씩 부담하는걸로 정산했다. 그 결과,

나의 14년간 통근비는 약 2천만원으로 산출됐다.


남편의 14년간 통근비도 보고서에 기록했었다.

주말부부 기간을 감안, 40만x168개월=6,720만원 추정했는데, 남편은 월40만원보다 훨씬 더 많이 든다고 반박해서, 이튿날 세심하게 재산출했더니 6,880만원, 월평균41만...아후! (물론, 최근엔 55만±)

2007년 5월부터 KTX로 출퇴근하면서 지불한 대전-광명 정기승차권 요금 40여만원과 광명역 월정기주차료도 모두 계산했고, 

주말부부 시절, 주말마다 대전 내려왔다 가는 주유비+톨비의 총액, 서울에서 출퇴근한 주유비 총액 모두 계산했다. 총주행거리, 연도별 평균 유류대 단가, 연비 등 모두 감안했고 남편도 수긍했다. 


과거 14년 기간 동안 누적된 통근비에서 남편은 나보다 4,900여만원 더 많이 통근비로 지출했다.

본가가 대전이긴 하지만, 나는 편하게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데, 남편은 대전에서 KTX로 출퇴근하느라 고생하며, 통근비도 나보다 훨씬 많은 것에, 도의적 차원에서 통근비 차액 4,900만원을 공동생활비로 인정하고, 나도 ½ 부담하겠다고 말했다.


그 대신에, 내 가계부상에서 2003년 10월~2008년 9월, 5년간 일부 누락된 지출은, 출산 전 생활비 지출액을 年1천만원으로 가정해서, 차액 만큼을 보전해주고, 자잘한 현금 사용으로 누락됐을 지출로 월2만x168개월=336만원도 보전해주면 총2,100여만원, 그것도 공동생활비로 인정해 달라.


그리하면 ( 4,900만-2,100만 ) ÷ 2 = 1,400만원

당초 청구서의 YYY금액에서 1,400만원과 몇 십만원 자투리를 빼면, 신협 예금들 전부 나한테 주는 것으로 모든 정산은 최종 마무리될 수 있다.


마침내 내 의견은 받아들여졌고, 내년 4월에 만기이자 포함 신협 과세+비과세 예금 전부를 내게 주기로 약속받고 가계부 정산은 최종 합의되었다.


그렇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글의 첫머리에 썼던,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를 과거에는 나도 사회통념이나 관습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연애할 때는 남녀 똑같이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게 공평하다. 20여년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실천했던 사람이다. 나란 사람은...


가계부 정산이 끝났을때 남편에게 조용히 물었다.

옛날에 연애할때 데이트비용 나도 반 부담했지?

조금 생각을 하더니 그랬지..라고 대답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약간 빈정이 상했다. 너무 오래 전이라 잊었는지 몰라도, 긴긴 연애기간 동안에 데이트 비용은 내가 더 많이 부담했었다. 내가 더 빨리 취직했었고, 남편은 나중에 취직된 이후에도 계산에서 주저하길래, 내가 계산하는 걸 습관처럼 받아들이는 듯 보여 못마땅했었지만, 결국 내가 더 많이 데이트 비용을 부담했었다고 궁시렁댔다.


어쨌든, 데이트비용을 나도 반 부담했고, 아파트 전세금도 결국은 나도 반 부담했지? 물었고, 그렇다는 대답을 듣고 나서 다시 물었다.

요즘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맨날 싸우는 것중 하나가, 데이트 비용을 남자들이 훨씬 많이 부담하는 문제와, 결혼할 때 남자가 전세금 마련하는 걸 당연시 하는 문제 때문에 댓글로 치고박고 싸운다. 

그런데, 나는 그 옛날에도 데이트 비용을 반반 부담했었고, 현재 전세금도 반반 부담했는데, 여전히 요리와 가사, 육아, 애들교육 등 모든게 기본적으로 내 차지이다. 이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느냐?


일부러 안 도와주는 것이 아니잖느냐. 예전에 현진이 아기때는 일찍 퇴근해서 젖병들도 닦고 도와주지 않았느냐, 지금은 시간적으로도 형편이 안 되니까 못 도와주는거 아니냐..고 남편이 반박했다.


남편이 그 또래의 남자들에 비하면, 매우 가정적이고 가사에도 협조적인 편에 속함을 나도 인정한다.

나에게 대리효도를 강요하지 않는다. 본인의 효도는 본인이 직접 한다. 그리고 아이들한테 무척 자상하고, 잘 놀아준다. 애들 어렸을 땐, 1명을 맡아서 남탕에 데려가 목욕시켜주었다. 분가 후, 나보다 먼저 퇴근한 날에는 설거지를 해 놓는다. 가끔씩 집안청소와 설거지를 도와주고, 가끔씩 맛난 요리를 만들고, 가끔씩 주말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여기서 '가끔씩' 이란, 한달에 한번 될까 말까 한 가끔씩이고, 어디까지나 '도와주면 고맙고 아니면 할수 없고' 또는 '혹시 오늘은 도와주려나?' 기대하게 만드는 그런 '가끔씩의 협조'가 아닌 '의무'로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은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식사준비와 설거지를 책임지고 맡아라.


그리하여, 2017년 6월부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남편이 식구들의 끼니를 책임지고 있다. 9월인 지금까지도 잘 지켜지고 있고, 앞으로도 내가 맞벌이를 하는 동안에는 잘 지켜져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도 끝은 아니었다.


보고서에는 지난 14년간 수입과 지출의 총결산 비교표도 수록했다. 정산해서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은 상태에서, 우리 부부 각자의 14년간 총 수입과 각자의 14년간 총 지출(전세금,개인+공동생활비,저축액,개인용돈,기타등등,대략적으로 모두 감안)의 비교표를 만들고 그 차액을 표기했다. 수입과 지출(추정가능한 지출)의 차액이 우리가 살면서 각자 돈을 허투루 쓰거나 허공에 날린 돈이라고 남편에게 설명해주었다.

 

내가 허투루 날린 돈이 8천만원 조금 넘었고,

남편이 날린 돈은 1억3천만원이 조금 넘었다.


나는 명품이나 허영에 관심이 거의 없는 대신에, 약간 멍청해서 주식으로 큰 손해를 보았었다.

주식투자를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묻는다면, 대다수의 답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본전 찾으려고요...

본전만 되찾으면 다시는 주식 같은건 쳐다도 안볼 기세지만, 도박의 늪에 빠진 자의 변명일뿐, 주식은 결국엔 제로썸이라서, 중간에서 수수료 떼가는 증권사와 증권거래세 떼가는 정부를 빼고는, 종국에 가선 모두가 손해인게 단타거래인데, 내가 그 단타거래로 큰 손해를 보았고,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허우적거렸고, 여기저기서 대출을 받았었고, 고금리 이자를 갚느라 허덕거렸고, 복권도 수백만원어치 샀었던, 어리석고 한심한 사람이었다.


나는 주식투기로 날렸다지만 남편은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큰 액수를 허투루 날렸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주식.. 둘 다 헛웃음이 터졌다.


결혼하고 몇년 안되어, 내가 주식으로 손해 본 금액과 대출받아 돌려 막으면서 빚은 점점 더 불어났고, 혼자 전전긍긍하다가 더이상 막지 못해 터지고 말았다. 그때 당시 4~5천만원 이었던 것 같다.

나 같으면 불같이 화를 냈을 텐데, 뜻밖에도 그 당시 남편은 나의 잘못을 너그럽게 감싸주었다.

아버지한테 이실직고하고 손을 벌렸다. 시댁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하느라 유보되었던, 혼수비 명목의 2천만원을 받아서 그걸로 급한 불을 껐었다.


남편 모르는 아내의 빚이 세상 밖 빛을 본 후, 두어달 되었을까? 이번엔 아내 모르는 남편의 빚이 세상 밖 빛을 보게 되었다.

내 빚은 자백을 통해서라면 남편의 빚은 발각되어 빛을 본 차이, 결국 오십보 백보 이겠지만, 남편은 사태가 폭로되기 직전에 나에게 귀띔을 해주었다. 오늘낼 집안이 한바탕 뒤집힐 것 이라고...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남편도 나 못지 않은 빚이 빛나고 있었다는 것을, 그 일 두어달 이전에 남편이 나의 빚을 너그럽게 포용했던것은, 피차일반-동병상련이라서 그랬던거구나 깨닫게 되었다.

하마터면 남편의 인품을 추앙할 뻔 했었다.


내가 먼저 빚 고백을 했을 때, 남편은 겉으로는 나를 토닥거렸지만, 남편 혼자 속으로  '둘이 합쳐 빚이 1억이네..' 했을 생각에 웃음이 났던 기억이 있다. 또한 내가 20~30% 고리이자를 낼 때, 본인은 그렇게 까지 비싼 이자는 안 내봤다며 내 앞에서 저리이.자부심을 부리기도 했었다.


어쨌든 남편의 빚이 폭로되어 집안이 발칵 뒤집히고나서, 시어머니께서 남편의 월급을 관리하셨다. 어차피 내 월급은 계속해서 가계생활비로 쓰였고, 다행히 내 수입은 간섭하지 않으셨다. 대신 남편의 수입은 시어머니의 관리감독하에 차츰 모아졌다.
되짚어보면, 그때 터진게 전화위복인 셈이다.

남편이 허투루 날린게 주식 때문이라기에, 그때 당시 액수가 이정도까진 아니었잖냐고 물었더니,

그 당시 들통난 액수는 빚의 일부였다고 한다.


결혼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우리사주 형태로 주식을 매수했던것과 나중에 회사 위태로웠을때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는데 결국 휴지조각 되었고, 이후에는 지인에게 좋은 주식 추천받아 투자해서 망하고, 그 후에 또 이거면 이제껏 손해본거 만회할 수 있다.고 해서 샀다가 결국 또 망했다고 한다.


주식이라는게 그렇다. 일확천금,부귀영화는 처음에 잠깐 스치는 어휘이고, 이후에는 본전,만회,회복,리커버리,복구 그런 어휘들이 뇌를 점령한다.

또한 술값으로 날린 것도 꽤 되리라 의심스럽다.

어쨌든 이미 지난 일은 되돌아보면 웃긴게 많다.


이제 서서히 결론에 다다랐다.


회사 재무제표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내가, 인터넷을 검색해가며 가계부 결산보고서를 만들고, 정산금 청구서를 작성하게 된 것은 공정한 재산분할 때문이다. 과거 14년의 가계부를 정산해서 내 몫을 받아낸 것은 일종의 재산분할에 해당될 것이다.


보통은 재산분할이 부부간 이혼이나 자식들간 유산상속 때 분쟁의 형태로 발생하지만, 나는 내 의지로 맞벌이+결혼생활 14~5년차에 남편과의 재산분할을 시도했다. 근거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지루하고 고생스러웠지만, 막상 재산분할 분쟁은 5/31~6/1 이틀만에 신속하게 마무리되었다.


그 결과 아파트 전세금의 ½은 내 지분이 되었고 목돈도 생겼다. 여기에는 가사노동과 육아의 금액적 가치환산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벌어들인 수입과, 내가 지출했던 우리집 생활비의 한도내에서 나름 공정하게 산출한 금액이다.


처음부터 재산분할을 목적으로 가계부를 정리했던 것은 아니다. 생활비는 쪼들리고, 머릿속은 복잡하고, 매일 피곤에 쩔어사는게 힘들어서, 일단 뭐라도 정리를 해보고 싶어서 가계부에 손을 댔다.


맞벌이라도 부부간에 수입을 공개하고 통장을 합치지 않으면, 재산을 불리기가 힘들다는 것을 이번에 직접 몸소 확인했기에, 올해 1월 늦었지만 이제라도 수입을 합쳐보려고 했는데 남편이 거부했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경제권을 분리해야겠고, 그러려면 먼저 공정한 재산 분리가 필요해서, 그 근거 기준이 될 가계부에 매달려 몇달간 고생했고, 주도면밀하게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몇주간 고생했다.


그렇게해서 결국 결산보고서를 작성하고보니까, 

이제껏 내가 얼마나 많이 벌었고, 이제껏 내가 얼마나 많이 우리 가계경제에 기여했는지 알게 됐다.


시어머니는 2002년 막내아들 장가 보낼때 전세금 용도로 주시려던 5천만원을, 2013년 분가때 주셔서, 남편은 그 돈을 아파트 전세금 낼때 보탰었다.

나는 이미 혼수비용 2천만원 받아서 내 빚 갚는데 썼기에, 시어머니께 고맙고 죄송한 마음이었다.


분가 이후 일과 가정의 양립은 더 힘들어졌고, 회사에서 일하다 퇴근해도, 집으로 다시 출근해서 집안 일 하는 것이 한국에서의 워킹맘의 현실이라는 나의 얘기에, 어느 나라는 별반 다르냐?는 남편의 말에 약이 올랐지만, 어머니께서 전세금으로 5천만원 보태주신 것에 대한 자격지심과, 막연하게 우리 집 재산의 절반은 내 몫이라는 비굴한 생각과, 내가 버는 돈의 가치를 과소평가 했었기에 맞벌이로서 내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지 못했었다.


우리 집 재산의 절반? 이미 우리 둘다 과거에 사고친 전력도 있고, 근검절약이나 재태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서, 우리 집 재산이 많을 거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다. 하지만 가계부를 완성하고 보니, 결혼 14년 동안에 내가 감당해왔던 가계생활비 누적금액이 내 예상을 초월했기에 놀랐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 정도 만큼의 우리 집 재산이 존재해야 공평한데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다.


처음에 내 청구서를 받아 본 남편이, 그거대로 다 주면 자기한테 무엇이 남느냐고 했을때, 나중에 어머니한테 유산 물려받으면 메꾸라고 내가 소리쳤던 건, 홧김에 해본 소리가 아니고 내 본심이었다.

나는 잃었던 내 자존감을 많이 회복하였기 때문에, 나중에 어머니 돌아가시고 남편이 유산을 물려 받더라도, 나는 거기에 무임승차할 생각이 없다.


아버지께 받은 혼수비용 2천만원은 내 빚을 갚았기에 내 개인수입으로, 시어머니께 받은 전세비용 5천만원은 남편의 개인수입으로 정산했었다.

즉, 나는 전셋집 마련에 있어서 시댁 덕도 남편 덕도 전혀 본 것이 없으며, 나중에 집을 사게 되면 나도 똑같이 반을 추가부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는 이렇게 정산이 완료되었고, 앞으로도 각자의 수입은 각자 관리하되, 1년 단위로 가계부 정산을 해서, 공동생활비 성격의 소비지출은 공동부담하고, 각자 집안의 경조사비를 포함하여 개인생활비는 각자 본인부담 하자고 제안했다.


남편도 리채가계부를 쓰면 좋을것 같아서, usb메모리에 리채가계부를 설치해주고, 지난 14년간의 리채가계부DB도 넣고, 남편전용 계정을 추가해서 최대한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셋팅하고, 기본적인 사용법도 PDF로 만들어서 주었다.


가계부가 귀찮으면, 카드명세서 참고해서 공동생활비 성격의 지출은 엑셀로 정리해서 달라고 했다.

나 역시 올해 2월부터 KTX정기승차권 요금을 포함해서 월200만원씩 내게 입금해주는 돈과 내 월급으로 가계생활비를 쓰고, 연말에 정산하기로 했다. 그래서 1년단위로 가계부 정산을 해서, 덜 받았으면 더 받고, 더 받았으면 돌려 주겠다고 했다.

대신, 저축도 각자 알아서 열심히 하자고 말했다.


가계부로 인해 변화를 다시한번 짚으면,,

머릿속이 복잡했던 것이 많이 정리가 되었고,

경제권을 완전히 분리해서 목돈이 생겼으며,

잃었던 자존감을 많이 회복하였고,

맞벌이로서 내 권리를 찾게 되었다.

그래서 주말 아침마다 마음 편하게 늦잠을 잔다.
토~일 이틀간의 삼시세끼는 남편이 책임지니까!

아침에 무얼 만들어 먹을까 고민하는 것은 남편의 몫이고, 점심은 어떻게 얼렁뚱땅 건너뛸까 고민하는 것도 남편의 몫이고, 저녁은 무슨 외식으로 끼니를 때울까 고민하는 것도 남편의 몫이다.
물론 설거지등 뒷처리도 완벽하게 남편의 몫이다.

그 이틀간의 삼시세끼 노동에서 해방된 것만으로도 나는 시간적 정신적 육체적인 여유가 생겼다.

작년까지만해도 주말이면,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나혼자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 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만성피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물론, 원인은 여러가지가 더 있을 것이다. 연서를 집 가까운 유치원으로 옮기면서 퇴근시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났고, 매달 쪼들리던 생활비에 숨통이 트였다. 나도 이제 내 월급으로 저축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매번 이자를 갚는 것만 해보던 내가, 이자를 받을 생각에 기분이 좋다.


다만 정년이 보장된 직장이 아니기에, 직업이 없을 때의 상황이 걱정 된다. 남편은 직업상 이직이나 은퇴연령을 늦추는 것이 어느정도 가능하고, 또한 언젠가는 유산상속 찬스라도 있겠지만, 나는 그러한 것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더 많은 돈을 모아서 그 때를 대비해야 한다.


어쨌든....... 

이 모든 상황이 나한테는 기분 좋은 변화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내가 리체가계부를 만났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가계부를 썼기에 가능했다. 어느정도 지출내역을 관리했기에 밀린 가계부를 채우는게 가능했다. 그리고 그 지출내역 관리는 '애 낳아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궁금했기에 가능했다. 그 궁금증은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소신을 굽히고 현진이를 낳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데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아이가 없었다면 아마도 계속해서 대충 막 살았을 것 같다. 오히려 아이로 인해서 베짱이 마인드에서 개미 마인드로 바뀌게 되었다.

이쯤되면 '아이는 축복'이라는 바람직한 결론 2탄..


왜 이렇게 자느냐고 깨워서 물어볼 수도 없고.. ('17.06.14)


신고

'가계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년 04월 가계부 결산  (0) 2017.09.22
2017년 03월 가계부 결산  (0) 2017.09.22
2017년 02월 가계부 결산  (0) 2017.09.22
2017년 01월 가계부 결산 + 코멘트  (0) 2017.09.22
아이들 자산관리  (0) 2017.09.19
재산분할과 권리찾기  (2) 2017.09.14

Write a comment

  1. 안녕하세요! 재산분할 검색하다가 들어오게 되었는데 대단하시네요 결단력과 추진력에 놀라고 갑니다. 덕분에 저도 리채가계부 다운받아서 사용해봐야겠습니다. 사용법을 PDF 파일로 정리하셨다는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블로그에서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Posted by ^^ at 2017.10.16 14:55 신고 # Edit/Del Reply

    • 반갑습니다.. 제가 작성한 PDF파일을 살펴보니, 비밀번호등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수정 편집해서 이미지파일을 별도의 게시글에 첨부하였습니다.
      게시글 --> http://ggerzer.com/530

      Posted by Favicon of http://ggerzer.com 최우선. at 2017.10.17 00:26 신고 # Edit/Del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