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어느 2주

2016.12.15 13:22 [ 일상 ]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12월 5일 월요일.

12월 6일은 초등1학년 현진이의 첫 시험 날이다.

그전부터 종종 국어 수학 단원평가를 치렀고, 그때마다 올백을 받은적이 한번도 없었지만 괜찮았다.

하지만 이번 시험은 공식적으로 보는 첫 시험인지라, '백점맞는 단원평가 문제집'으로 시험범위의 문제들을 풀도록 시켰다.

시험 전날밤 벼락치기를 해주는게 예의라고 배웠기에 빡세게 공부시켰지만, 밀린 문제들을 다 풀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11시쯤 마무리했다.

그러는 동안에 연서는 언니공부하는데 방해를 해서, 어르고 달래고 방치해서, 9시 넘어서 저녁을 먹었고, 11시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



12월 6일 화요일.

아침에 일어난 연서는 무척 피곤해했고 컨디션이 안좋았다. 너무 늦게 재워서 그런가보다 했다.

'오늘 하루 혼자 집에서 있을 수 있겠어?'라고 물으니, 그러겠다고 했다. 연서 생애 첫 도전이었다.

점심에 씨리얼을 먹을 수 있게 세팅해놓고, 집전화기의 단축번호 1에 내 번호를 저장시키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라고 일러두고 출근했다.

연서는 좋아하는 컴퓨터와 TV를 보면서 자꾸 전화로 '점심은 언제 먹어?' 묻기에 '야 그냥 지금 먹어!' 11시도 안돼서 연서는 혼자 점심을 먹었다.

때마침 큰 조카는 지난번 아이들 데리고 놀러가려다가 못간걸 실천하려했고, 현진이 수업 끝나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아이들은 재밌게 놀다왔다.



12월 7일 수요일.

아침이 되자 전날과 마찬가지로 '엄마 피곤해'를 연발하며, 연서는 계속해서 눈을 안 뜨려고 했다.

체온을 재니 미열도 있고, 콧물도 보이고, 몸이 안좋은것 같아 하루만 더 쉬고 내일은 꼭 어린이집 가기로 약속하고, 필요하면 전화하라고 시켰다.

그날 하루동안 총 17번을 내게 전화해서 사소한것까지 전화로 다 물어봐서 짜증이 용솟음쳤다.


현진이는 전날 본 첫시험의 채점 결과가 올백이라고 했다. '와아! 잘했어!' 기분 들뜨려는 찰라,

올백 맞은 아이들 이름을 한명씩 나열하는데, 족히 한반의 1/3 이상은 올백을 맞은 듯 보였다.

문제의 난이도가 제법 쉬웠나보다.

이러려고 밤 늦게까지 공부시키다 연서 컨디션 빵꾸나게 했던것인지 자괴감 들고 괴로ㅇ...



12월 8일 목요일.

전날과 똑같이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며 버팅겼다.

피곤하다며 제 방으로 들어가서 벌러덩 누웠다.

화가 나서 혼내키고, 억지로라도 어린이집에 데려 가려고 옷입히고 실갱이 하다가 울음이 터졌다.

'니가 하루 종일 좋아하는 컴퓨터 보고, TV보면서 뒹굴거리고 하니까 어린이집을 내팽개쳤나본데, 어디 한번 하루 종일 심심하게 있어봐라.' 하고는,

컴퓨터 비번을 바꾸고, TV케이블을 다 뽑아버리고, 공기계 핸드폰도 챙겨서 출근해버렸다.


이후 몇번의 전화통화를 했었고, 점심먹으라고 일러주려고 집에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는다.

마침 담임쌤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연서랑 통화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해서, 전화 안받는다고 말하니,

나더러 집에 가서 연서를 어린이집으로 데려다 줄 수 없느냐고 해서 그러겠다 하고는 집으로 갔다.


아침에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으로 꾸역꾸역 위아래 옷을 입혀놨었는데, 어느새 편한 옷으로 다 갈아입은 연서가 제 방에서 세상편한 자세로 쿨쿨 자고 있었다. 컴퓨터도 못하고, TV도 못보고 하니 따분해서 졸렸던 모양이었다.

아이스크림으로 기분을 달래고, 선생님과 통화연결시켜주고, 반친구와도 통화연결시켜주고 해서 간신히 달래서 어린이집으로 보내는데 성공했다.



12월 9일 금요일.

아침이 되니 또 피곤하다며, 어린이집 안가려고 버팅기며 방에 들어가 벌러덩 누웠는데, 마침 담임쌤이 내게 전화를 해서 연서를 꼭 데려오라고 해서, 선생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해주니, 연서는 찡찡찡 거리면서 따라 나섰다.

저녁에 병원에 들러 콧물 감기약을 처방받아왔다.



12월 12일 월요일.

일요일 밤 8시30분 즈음에 아이들을 애써 재웠다.

아침이 되자 피곤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일부러 눈을 안뜨고, 어린이집 가기 싫은 티를 냈다.

재롱잔치 발표회 준비도 있고한데 연서가 빠지면 연서파트너도 연습을 제대로 못하고, 아이들 한번 패턴이 깨지면 회복하는데 1달 가까이 걸릴 수도 있으므로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해도 억지로라도 보내라는 선생님의 조언도 있고해서, '어린이집 잘 갔다오면, 저녁에 30분동안 컴퓨터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꼬셨다.

그날 저녁에 연서는 약속대로 30분동안 컴퓨터로 주니버의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동영상을 보았다.



12월 13일 화요일.

역시나 어린이집 가기 싫은 기색이 보이길래, 어제와 똑같은 조건을 제시하니, '30분은 너무 쪼금이라서 어제도 쪼금 밖에 못봤다.'고 투정이었다.

그래서 흥정 끝에, 무려 31분으로 타협을 봤다.
연서는 콧노래를 부르며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그날 저녁 31분동안 주니버의 동영상을 보던 연서는 전날과 별차이 없음을 체감하고 분개했다.



12월 14일 수요일.

깨우느라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 어린이집 가기 싫은 내색을 안하기에 32분 흥정도 하지 않았다.  

이제 슬슬 예전의 생활 패턴을 회복하는가 싶었다.

그런데 감기약을 먹다가 기침을 하면서 토하더니, 잠시후에 응가를 하다가 기침하면서 잔뜩 토했다.

연서가 몸 컨디션이 안좋긴 한것 같은데, 오늘은 집에서 쉬게 할까? 잠시 망설였다. '쉬더라도 어린이집에 와서 쉬게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상기하고, 연서를 깨끗이 목욕시키고 새단장해서 어린이집으로 보냈다. 그럭저럭 어린이집에서 잘 지냈고, 기침이 조금 잦아서 저녁에 병원에 다녀왔다.



12월 15일 목요일.

깨우긴 조금 힘들었지만, 어린이집에서 단체 뮤지컬 관람이 잡혀있는 날임을 상기시켜주니 비교적 자발적으로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어느정도 컨디션이 회복된 듯 하다.


2016. 8. 23. 효월드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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