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나를 미치게 하는 '아내의 유혹'

2002년 12월 결혼직후부터 오랜시간 주말부부로 지내오다가,
2007년 5월(?) 심슨군이 KTX로 출퇴근을 하면서부터 매일부부가 되었다.
주말부부시절과 매일부부시절을 단순비교했을때 내가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TV였다.

금요일 밤에 내려와 월요일 새벽에 올라가던 주말부부 시절에는 TV시청은 주말에만 국한되었는데, 매일부부로 바뀌면서 1주일 내내 들어야 하는 TV소리는 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나는 TV를 굉장히 싫어한다.
TV를 바보상자라고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TV는 내 성격과 맞지 않다고 생각할 뿐이다.
스포츠나 뉴스, 시트콤, 다큐멘터리는 그다지 거부감이 없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애써 보고 싶지는 않다.
하물며, 가식적이거나 작위적으로 연출하는 프로그램(일명 짜고치는 것들..)이나 감동을 전달하려고 억지부리는 프로그램은 정말 보기 싫다. 별내용 아닌것에 방청객들 어우~와아~하는 기계적인 추임새도 듣기 거북하고, 쇼프로그램에서 똑같은 장면 세번네번 리플레이 남발하는것, 어떤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과도하게 뜸들이는것, 그런것들이 심하게 비위에 거슬린다.
그 중 가장 싫은것은 드라마프로그램이다.
내가 드라마를 싫어하는 이유는,, 가뜩이나 이거저거 생각할게 많아서 머리 복잡한데,
없는 이야기 억지로 부풀려서, 모함하고 갈등하고 오해하고 엇갈리고 우연넘치고 비논리적이고 그따위것들을 내가 왜 보느냐는 것이다. 설령,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고 생각되어져 드라마에 꽂히게 된다해도, 다음회가 궁금해서 기다려지는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한다.

오래전, 순풍산부인과, 양동근박경림나왔던 논스톱2, 정다빈최민용나왔던 논스톱3 등의 시트콤을 무척이나 재미있게 봤던 나로써, 2006-2007년의 '거침없이 하이킥'이 너무 재밌어서 꼬박꼬박 챙겨보면서도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비록, 코드가 맞아 재미는 있었지만 매일매일 그걸 보려고 신경 써야하고 거기에 얽매여야 한다는게 부담스러웠다. 그럴바엔 차라리 처음부터 재미를 붙이지 말자..는 주의다. 그래서, 싫어하는 드라마류는 당연히 안보고, 좋아하는 시트콤류도 일부러 안본다. 즉, 나는 성격적으로 TV와 맞질 않는다. 차라리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게 더 흐뭇하다.

그렇기 때문에 주말부부에서 매일부부로 바뀌던 초반에는, 매일듣는 TV소리에 적응되지 않아 스트레스지수는 10점 만점에 10점이었다. 그러다가 2년여의 시간이 지나면서 매일밤 각종 드라마에 예능에 어느정도 내성이 생겨 TV를 보는둥 마는둥 하면서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는데, 다시 또 스트레스지수 10점 만점에 1000점인것이 생겼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화제의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다.

애초에 '아내의 유혹'에 관심도 없었고, 재미도 못 느꼈기에 처음엔 그냥 대수롭지 않게 흘렸다.
그런데 점점 드라마는 바락바락 악을 쓰고, 소리소리 지르고, 함정에 빠트리고,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상대를 기만하고, 서로 싸우고, 걸핏하면 분노하고, 모함하고, 헐뜯고, 비논리적인 상황과, 말도 안되는 억지 등등 내가 이제까지 드라마에서 제일 싫어했던 요소들을 모두 모아놓은 최악의 쓰레기 같은 드라마의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가끔 어머니께서도 혀를 차며 "저런 드라마가 어딨냐"고 말씀하시면 "그러니까 저런 드라마는 봐주면 안된다니까요"라고 대꾸하지만, 어머니께 '아내의 유혹'은 소위 말하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머니께서는 '아내의 유혹' 열혈시청자 이시고, 우리가 저녁을 먹는 시간에 드라마가 방영되기 때문에 부득이 나까지도 아내의 유혹을 봐야만-아니-들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위치상 내 자리는 TV를 등지고 있기 때문에 뒤돌아 보지는 않지만, 두 귀로 들리는 주인공들 악악거리는 소리들은(어떻게 하나같이 모든 인간들이 하이톤으로 바락바락 악을 쓰는건지) 내 신경을 긁어 나를 미치게 한다.

저따위 쓰레기 같은것을 내가 봐야만 하는가..라는 생각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혼자서 얼굴이 벌개져서는, 마치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기는 것처럼 끔찍한 느낌으로 밥을 먹곤 한다(차라리 저녁밥을 안 먹고 싶다) 
구역질이 날 만큼 역겨운 '아내의 유혹'을 억지로 들으려니 짜증이 솟구쳐서, 소리를 질러버리고 싶은 충동, 밥상을 엎어 버리고 싶은 충동, TV를 부셔버리고 싶은 충동 등등이 생겨서 미칠 지경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어머니께서 다 드시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고 내 밥만 얼른 먹고 그 자리를 피하긴 하지만,, 내 밥만 얼른 먹는 그 시간동안에도 나는 충분히 괴롭다.  '아내의 유혹' 확 불 싸질러 버리고 싶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임신했어요.  (0) 2009.04.01
실종된 파란바람님을 찾습니다..  (0) 2009.03.26
접촉사고  (0) 2009.02.23
멀미  (0) 2008.11.21
CAR는 오징어를 싣고  (0) 2008.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