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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접촉사고

무사고 운전 보험경력 5년만에 2009년 2월 19일 목요일 퇴근길 드디어 접촉사고 개시.
겨울내내 가물더니 그날따라 눈발이 날리고, 도로는 미끄러웠고, 여느때보다 조금 더 번잡했던 오거리.
3시방향 차선의 꼬리물기 여파로 내방향 차선의 주행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었음에도 엉키어 지체되었던 상황.
옆차선으로 옮겨서 파란불 신호를 이어받아 교차로를 넘으려했던 아주 짧은 순간. 어라?싶어 본능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쾅 소리와 함께 이미 내차는 앞차의 오른쪽 부분을 들이 받고 말았다.
차에서 내려 운전자에게 괜찮냐고 묻고 죄송하다고 인사드리자, 차량흐름에 방해가 될테니 건너가서 다시 얘기하자고 한다. 괜히 목 부터 짚고 내리는 운전자가 아니라서 내심 속으로 안심을 했다.
 
솔직히, 그 차가 후진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약간 들었(안그랬다면 다음번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그자리에 그차가 계속 있게 되면, 3시 방향의 직진차량 흐름에 크게 방해되는 상황이었으므로)지만, 나는 차선변경을 염두에 두고 잠깐 사이드미러를 본 사이였고 앞차의 후진등이 켜졌었는지 안켜졌었는지를 못보았기에 앞차가 후진했을거라는 의심은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그 문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주행신호등이 계속 파란불이긴 했지만 차량 흐름상 진입하는게 곤란한 상황이라면,(우리쪽 차선은 출발 정지선에서 도착 정지선 거리만도 40미터는 충분히 넘고도 남을 거리였으므로) 비상등을 넣어서라도 본인은 진입하지 않을 의사를 밝혔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앞차의 앞의 정황을 뒷차인 내가 모르므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불만은 전적으로 내 입장에서의 불만이고, 결과적으로 나의 운전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사고임에는 분명하므로, 괜히 쓸데없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어쨌든, 사고직후 교통경찰관의 지시대로 앞차와 내차는 3시방향의 차량흐름에 방해되지 않을만큼 후진을 해서 신호를 기다렸다가, 교차로를 넘어가서 적당한 위치에 차를 세우고 다시 대면했다.

사고직후엔 앞차의 오른쪽 후방라이트만 깨진것을 보았는데, 차를 세워놓고 자세히 보니, 후방라이트에서 손 한뼘정도 윗부분이 조금 우글났다. 앞차는 1톤 포터 차 였고, 내차는 베르나여서 대충 눈짐작으로 보았을때는, 높이상 포터차량의 윗부분이 찌그러진것까지는 영향을 안 미쳤을것 같았지만, 내차의 정황상 영향을 미쳤을거라는데에 금방 수긍을 했다.

수리비가 소액이면 왠만하면 보험처리 안하는 방향으로.. 어쩌고,,라고 상대방이 말했고,
아무래도 보험처리 하는 방향으로(라이트만 깨진게 아니므로).. 어쩌고,, 라고 내가 말했고,
내일 공업사에 들어가서 견적을 뽑아보면 정확하게 나올테지만 한 7만원 어쩌고..,라고 상대방이 말했다.
저녁 7시가 넘은 그 시각 계속 눈은 내렸고, 내일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핸드폰 번호와 이름을 교환했다.
정말 죄송했다는 인사를 하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인사를 받고, 조심해서 들어가시라는 인사도 서로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헤어졌다.

그 다음날, 출근해서 보니 핸드폰을 집에 놓고왔다.(내 정신머리는 원래 이모양이다)
핸드폰을 놓고 왔으니 회사 전화번호로 연락해 달라고 그 사람에게 문자를 남겼다.
점심을 먹고 나서도 연락이 없길래, 혹시 문자를 받지 못했나 싶어서 그사람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오전에 문자를 받긴했지만, 바빠서 아직 공업사에 못가봤다며, 견적 받고 다시 연락주겠다고 하더니, 1시간후에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견적금액이 생각했던것보다 많이 나왔으니 아무래도 보험처리를 하시는게 낫겠다는 말을 해왔고, 견적서를 팩스로 넣어달라고 요청했고, 팩스 확인후에 다시 통화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처음 사고당시 그 사람의 말대로 수리비가 7만원정도 나왔다면, 이래저래 그 사람에게 정신적 시간적 피해를 입혔으므로 식사라도 하시라고 몇만원 보태 10만원을 채워서 송금해줄 생각이었으나, 그 사람이 팩스로 보낸 견적서를 확인해보니 수리비가 22만원 나왔다.  하지만, 그 전날밤에 인터넷으로 교통사고.경미한접촉사고.자동차보험소액사고 등등을 검색한 결과, 여차하면 보험처리하고 수리비는 보험회사에 환입하는 방법도 나름 각오하고 있던 상황이라, 수리비 견적 22만원에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다.
     유용한 포스팅 소개 ☞ 자동차보험소액사고시보험처리여부에대한궁금증?

보험상담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수리비가 22만원 나왔는데, 보험으로 처리하는게 나을지 어떨지 물어보니, 현재 나의 보험요율등을 따졌을때 조금 애매한 금액이라며, 그 운전자에게 수리비좀 깎아달라고 해서 자비로 처리하는게 나을것 같다는 견해를 들었으나, 숫기 없는 나로써는 전화로 그런 흥정을 한다는것은 무리다.
또한, 나중에 가서 입원했다는 소리가 나올수도 있으므로, 이왕이면 보험으로 처리하는게 뒷탈이 없을것 같아서, 그냥 보험으로 처리해달라며, 보험상담사에게 피해 운전자의 이름과 전화번호와 수리할 ◇◇공업사 이름등을 알려주었다. (팩스로 받은 견적서는 너무 흐릿했고, 공업사의 상호와 주소 전화번호등은 특히 더 흐릿해서 식별이 불가능했지만, 그 사람이 견적서 보내겠다고 우리 사무실에 전화 했을때 떴던 발신자번호를 파란닷컴의 전화번호 검색으로 ◇◇공업사라는 것을 이미 파악한 후였다.)

바로 처리해주겠다는 대답을 듣고, 피해 운전자의 핸드폰으로 다시 연락을 하였다.
사고 접수했으므로 수리하시라고 말씀드리자, 사고 접수번호를 내게 묻기에 보험회사에서 그쪽으로 문자를 보냈을꺼라는 답변을 하자, 문자를 못받았다고 하기에 운전자 이름과 전화번호와 ◇◇공업사 정보를 보험회사에 알려드렸다고 하자, 놀라며 ◇◇공업사가 아니라 ☆☆☆공업사 라고 하는 것이다. 견적서에 상호하고 연락처 써있는거 안보이냐고 내게 반문했고, 견적서가 너무 흐려서 안보였고, 전화번호로 검색해보니 ◇◇공업사 전화번호 이길래 ◇◇공업사에서 견적 받아서 보내신건줄 알았다..고 대답하니, ◇◇공업사는 자기 가게이고, ☆☆☆공업사에 가서 견적을 받아서 거기서 팩스를 보냈던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시옷!

- 하필 내가 핸드폰을 집에다 두고 출근했고,
- 하필 그 사람은 자신의 핸드폰이 아닌 유선전화로 우리 사무실에 전화를 했고(시내통화료가 저렴하니),
- 하필 우리는 발신자정보 서비스를 받고 있었고(그 사람은 그것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
- 하필 나는 파란닷컴의 전화번호 검색으로 그 사람의 발신위치를 파악하고 있었고,
- 하필 우리는 Xroshot 서비스를 받아서, 상대편 팩스기의 입력설정과 무관하게 발신자 번호를 알 수 있었고,
- 하필 파란닷컴으로 검색해본결과, 끝자리 한자리만 다른 팩스번호 역시 ◇◇공업사 번호란걸 알았다.


아..., 그런거였냐고... 얼른 얼버무리고,
어쨌든간에, 여러모로 시간을 빼앗아서 죄송하다고 인사를 했으나,(나라면 괜한 사고로 차수리하느라 왔다갔다해서 시간뺏기는게 짜증날 노릇이라;) 시간 뺏긴것은 없다는 그쪽 대답을 듣고보니,, 하긴.. 싶었다.
나는 사고로 엄한 돈 받아내려는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안해도 될 말을 했고,
나역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랬다면 애초에 목부터 짚었을테니 말이다.

다만, 공업사를 직접 운영하시는 분께서, 당초 수리비 7만원 예측은 어느정도 전문가의 소견이었을텐데,
가급적이면 보험처리할 의사를 내가 조금 강하게 내비쳤기때문인지는 몰라도, 또는 밤사이에 마음이 약간 바뀌었는지 몰라도, 아예 보험처리를 염두에 두고 조금 넉넉하게 견적을 뽑았을거라고 생각된다. 자신이 운영하는 공업사가 아닌 다른 공업사에서 수리비 견적을 받았고 (대표자 이름에 본인 이름이 들어가는것을 꺼렸거나,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거나, 어쨌든 본인이 잘 아는 다른 공업사에 부탁해서 타견적을 받았겠거니 싶고,) 거기서 팩스를 보낸것이라는 그의 말이 거짓임을 내가 다 파악한 싯점에서, 수리비 22만원에는 본인의 위로금도 일정부분 포함되어 있을거라 생각되어, 도의적인 책임차원에서 내가 추가적인 보상은 하지 않아도 될것으로 나름 결론지었다.


대신,,
나중에가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날라오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내 차 수리비는..
접질린거 그냥 살짝 폈으면 싶은데, 본네트를 새로 교체해야 한다고 하고,
왼쪽 쇼바가 깨졌다고 해서 32만원 견적이 나왔다.
얼씨구나~!



오래전부터 해온 생각으로;
사람들마다 어느정도 양심이라는게 있을텐데, 유독 교통사고에서 만큼은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으레껏(혹은 주위의 부추김으로 해서) 비양심으로 변하는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너무나도 많이 보아오던 상태라서,
약점을 이용해서 비싼 합의금을 뜯어낸다거나, 안해도 될 입원을 해서 터무니없는 보상을 요구한다거나, 그런 비열한 경우가 내게 닥치면, 돈을 떠나서 감정적으로 무척이나 약오를거라고 생각해왔다.
교통사고가 나면 무슨 복권에라도 당첨된것마냥 여기는 사고방식이 정말 우리나라에는 너무 만연한것 같다.
아버지 본인의 경험담이라고 했던가, 혹은 아버지가 직접 목격하셨다고 했던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사이드미러끼리 부딪쳤는데, 목 짚고 내리더라는 얘기는 정말로 충격적이었다.

나역시 몇년전 아침 출근길에 갤로퍼 차량에 받쳤던 경험이 있다.
좁은 골목길이었고 약간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었는데, 느닷없이 천둥치는 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그순간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꽉 밟아서, 내 차가 약간 앞으로 튕겨 나갔음에도 내 앞차를 받는 연쇄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충돌 소리는 굉장히 요란했고, 나는 정신이 쏙 빠질정도로 너무나도 깜짝 놀랐지만, 차의 외관상 별다른 흠집도 없었고 해서, 가해차량 운전자의 연락처만 받고 그 차를 그냥 보내줄 생각이었다. 명함을 받아보니 건설 현장소장이었고, 죄송하다며 술을 먹어서 차가 서있는것을 잘 못봤다는 둥 자기입으로 횡설수설했고, 자신의 차량핸들에 부딪쳐서 입술이 깨지고 코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다. 뜻밖의 사고에 나도 너무 놀라긴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안심시키고, 조심해서 가라며 헤어지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 사람은 엄연히 음주운전중인데 그 사람 혹은 또다른 제3의 운전자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그 사람을 그렇게 그냥 보낸것은 경솔한 짓이 아니었을까..하는 아주 약간의 후회가 들긴 했었지만 그일은 그걸로 끝이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했을때는, 나와 사고가 난 포터 차량의 운전자도 나만큼의 양심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나라면, 내가 전적으로 피해자여서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든 안받든 교통사고에 엮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성가시고 싫었을텐데, 그 운전자는 내게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았고, 위협적이지 않고 오히려 공손하게 대했으며, 목 짚고 엄살을 부리지도 않았으니,,, 비교적 양심적인 사람을 만나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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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통사고처리는 아직 최종적으로 종결된게 아니라고 주위에서 말들하므로,
앞으로 1~2주 정도는 뒷통수 맞을 각오는 해두고 있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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